CD 1
1. Into The Quiet Night
2. 숲 속의 파이터
3. Christmalo.win
4. Juliet
5. Watch Out
6. Bermuda [Triangle]
7. 내 모든 것
8. 잃어버린
9. Prison Break
10. 필승
11. 마지막 축제 (Part 1)
12. 마지막 축제 (Part 2)
13. 아이들의 눈으로
14. 90s Icon
15. 소격동
16. Moai [RMX]
CD 2
1.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2. F.M Business
3. 죽음의 늪
4. 제킬박사와 하이드
5. 내 맘이야
6. Live Wire
7. 비록(悲錄)
8. 성탄절의 기적
9. Replica
10. Take Three
11. 울트라맨이야
12. 인터넷 전쟁
13. Take Five
'서태지'의 이번 활동 라이브 음반.
이 음반에 대해서는 참으로 할 말이 많다.
블로그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내가 '서태지'에게 싫어하는 면이 있는 반면에 결국은 상당한 팬이다.
예전에는 실망한 점 때문에 발매 때 음반을 일부러 안 산 적도 있지만,
포스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음반을 결국은 사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에는 걍 나오면 산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이 음반은 딱히 이유도 없으면서 걍 나중에 사야지 생각했었다.
그리고 아마 작년 이맘때쯤에 이제는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추석 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 연휴가 끝나면 바로 사야지 했는데,
도대체 뭔 이유에서인지 그 연휴 시기에 갑자기 남은 물량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온라인 상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정확히는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음반 가격을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0만원에 가깝게 팔고 있었다.
뻔히 재고가 있던 직전까지 관심을 두던 음반이라 너무 화가 나서 하루는 날을 잡고 서울에 있는 대형 서적 음반 코너를 다 뒤졌다.
진짜 진이 빠지도록 돌아다녔는데 결국은 못 구했다.
당시 3만원 선에 민트급 중고를 파는 분이 있었는데 최후에는 그걸 사야지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이래저래 들인 시간이나 차비나 에너지를 생각하면 경제학적으로는 완전히 실패한 하루였다.
그래서 그 날 저녁에 걍 중고로 그렇게 구입하고 말았다.
막상 받고 나니까 진작에 이렇게 살 걸 뭔 쓸데없는 고생을 했나 싶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아시겠지만 이 음반은 패키지 때문에 초도 물량 이후에는 재발매가 없을 예정이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그런 건지 결국엔 재발매가 되고 말았다. ㅜ ㅜ
'ETP샵'에 가면 지금 당장도 구입할 수 있다. 어헣.
그러니까 나는 시간도 에너지도 돈도 다 갖다 버린 셈이다.
뭐 물론 갖고 있으니까 그걸로 만족해야지. 힣.
이 때쯤에 내 인생 처음으로 '서태지'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친한 친구가 정말로 '서태지'를 좋아하고 이미 컴백 공연을 한 번 본 상태여서 더 사운드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난 적당한 표를 못 구해서 허덕이다가 못 갈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그 친구가 적절하게 구해서 같이 갈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당시 경기도권 아파트 부녀회에서 초대권을 그냥 무료나눔 하는 분도 있었는데 진심 찾아갈까 생각했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정말 좋았던 공연이었다.
사운드가 초반부와 후반부가 극적으로 나뉜 게 좀 신기했다.
초반부는 저음을 너무너무 많이 잡고 약간 뭉치는데 강려크하면서도 묘하게 답답한 소리였다.
그래서 '숲 속의 파이터' 같은 곡은 곡 느낌에도 불구하고 거의 뉴메틀 사운드에 가까워서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다.
그런데,
곡이 빡세지는 어느 순간 갑자기 부스터 걸고 이큐잉 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소리가 빻하고 터지는데 그게 정말 좋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좀 더 명확하고 고음부도 좀 카랑카랑해서 전자 사운드를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같이 간 친구는 음향에 관심이 많은데 그 날의 사운드 컨셉을 굉장히 좋아해서 나랑 의견이 완전히 달라서 더 재밌었다.
어쨌든 내가 '서태지'의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내 모든 것'을 다시 공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사실은 그 곡 라이브를 들으러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당시에는 사운드 느낌이 생각과는 달라서 편곡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어서 약간 아쉬웠다.
그리고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도 진짜 편곡이 기가 막혔다.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곡은 아닌데, 편곡을 잘 하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서태지'가 노래를 그렇게 잘 하는 줄 몰랐다.
가창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에너지와 무대 매너와 안정적인 보컬이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그리고 그 날의 흥분을 생각하면서 이 음반을 구입했다.
사실 난 라이브 음반은 잘 듣지 않는 편이고 '뫼비우스' 라이브 음반은 사운드가 너무 아쉬웠는데다가,
직접 봤던 라이브 사운드도 생각과는 달랐어서 큰 기대는 안 했다.
근데 웬걸.
사운드가 개좋은 것이었다.
내가 들어본 라이브 음반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밖으로 나오는 소리와는 다르게 녹음을 따는 사운드는 좀 더 깔끔하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던 것 같다.
후보정 작업도 잘 했겠지만, 들어보면 이건 그걸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애초에 정말 사운드를 잘 딴 것 같다.
그래서 라이브 음반 중에서도 진짜 많이 들었다.
심지어 요즘에도 다시 듣고 있고.
공연 봤을 때 이런 사운드를 기대했기에 음반을 들으면서 정말 만족했다.
수록곡도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곡들을 정말로 잘 배치해서 기가 막히다.
솔로 활동 이후로는 거의 듣지 못 하던 곡들도 정말 좋은 편곡으로 다시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번 활동에 이래저래 큰 일을 한 마스코트인 '엘리'가 함께 한 것도 다시 새길 수 있어 재밌고,
뮤지컬을 도입했던 것도 참 멋지다.
라이브에서 봤을 때 생각보다 훨씬 퀄리티가 좋아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이 내용과는 다르지만 그의 곡이 사용된 '페스트' 뮤지컬에 대한 일종의 시도 혹은 준비였던 것 같기도 하다.
'페스트'는 보지 못 했지만 상당한 수작이라고 들었다.
난 못 봤지만 음반 사진에는 '아이유'찡이 있는데 역대급 사진인 것 같으다.
느무 귀여웤.
그리고 라이브에서 새삼 느낀 건데,
현재의 멤버와 구성이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의 '서태지' 음악의 가장 완성형이 아닌가 싶었다.
'닥스 킴'의 열일하는 양손과 특유의 캐릭터성도 멋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활동에서는 무조건 '최현진'씨의 노력이 가장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격동' 같은 걸 보면 저 정도는 걍 MR 깔아도 될 것 같은 걸 프로그램 세팅해서 다 치고 있는데,
나 같으면 '서태지'를 죽이고 싶을 것만 같다.
근데 그래서 '최현진' 개인에게는 대단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주 형태가 세계 유일한 건 아닌데, 이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인간이 있었나 싶다.
아무리 전자 사운드라도 MR을 깔고 하는 것과 실제로 연주하는 것에는 뉘앙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라이브가 좋기는 하지만,
이걸 라이브로 하겠다고 생각한 '서태지'도 미친 것 같고, 그걸 실현한 '최현진'도 미친 것 같다.
블로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난 '바세린'을 미친 듯이 좋아한다.
'스크리밍'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가 '바세린'의 'Missing Link' 때문이었고,
한창 때 '바세린' 공연 가서 떼창도 죽도록 했었다.
그렇기에 '최현진'이 '서태지' 밴드에서 연주하는 게 좋으면서도 엄청 의아했다.
인디 하드코어씬에 있는 사람이 가장 대중적인 팀에서 연주한다니.
물론 원래 재즈 연주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지금은 '바세린'을 그만 두고 완전히 '서태지' 밴드로 넘어갔는데,
'바세린'에게는 안타깝지만, 그의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나 '서태지'의 음악 구현 면에서나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최현진'에 대해 많이 쓰긴 했지만, '강준형'의 연주에도 엄청 감동 받았었다.
생각보다 훨씬 연주를 잘 하고 사운드도 좋았다.
공연에서 나이트 뿅뿅 사운드 솔로가 참 재밌었닼.
'탑'의 경우는 곡에 대한 참여도는 높았겠지만, 이번 시즌 연주는 휴가(?)를 받고 활동한 것만 같다. ㅋ
그리고 인디쪽의 '밥 락'이라고 생각하는 '조상현'씨가 사운드에 참여한 것도 참 좋았다.
이번 활동은 사운드 테크니션들이 즉석에서 '사이드 체인' 사운드를 만드는 식으로 거의 연주자만큼 함께 한 것 같던데,
그 테크니션들에게도 경의와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대단한 기회이긴 하지만 진짜 '서태지'를 죽이고 싶을 것만 같으다. ㅋ
그런 면에서 보면 '서태지'도 많은 사람에게 도움 받고 함께 하고 있으며,
동시에 많은 사람을 살려주고 기회를 주고 있구나 싶다.
'서태지'와 함께 작업하는 게 우리나라에서 밴드 관련된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일 것 같다.
아시다시피 이 음반은 블루레이+DVD로도 있는데 팝업 아트북이 사용되기도 했고,
처음으로 접했던 '서태지' 공연이기도 해서 구입할까 참 많이 고민했는데,
가격이 너무 세서 못 샀다.
난 라이브 영상 매체는 잘 안 사는데 아마 여기에도 힘을 쏟으면 난 무조건 파산할 것이다.
이쪽으론 관심 갖지 말자고 한 건 참 잘 한 결정인 듯. ㅋ
어쨌든 글을 쓰는 지금 들어도 정말 너무나 좋은 공연이었고, 좋은 음반이다.
사운드가 워낙에 좋으니 스튜디오 음반처럼 밸런스 잘 잡힌 음원을 듣는 느낌이고,
수록곡도 다채로워서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추천하는 바이다.
이 음반을 듣노라면 '서태지'의 음악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음 활동도 기대가 되고 무조건 또 공연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꽤나 많은 공연을 봤지만, 공연을 또 보고 싶고 진짜로 다음에 찾아갈 뮤지션은 '서태지'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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