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um) Venom - 13Steps 내가 가진 음반












1. 15 Years (Featuring: DJ SQ)
2. The End Of All Hopes
3. Erase Me
4. If God Exists
5. Black Tongue
6. Wicked
7. Dying Eyes
8. Dead Wrong
9. The Inferno
10. Born To Die


'13스텝스'의 정규 3집.
이 팀은 예전에 '쌈지 스페이스 바람' 공연장에 미친 듯이 다닐 때 여러 공연을 통해서 봤었다.
멤버들이 문신을 휘감고 무서워 보여서 공연은 멋있었지만 뭔가 위험해 보였다.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니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봤던 하드코어장이들은 전혀 무서운 인간이 아니었다.
암튼 그 당시에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취향에 맞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친한 친구가 이 팀을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소개해줘서, 
최근 몇 년 사이 음악을 듣다보니까 새삼 대단한 팀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공연을 봤을 때 보니까 내가 알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대단한 팀이었구나 싶었다.

뼛속까지 하드코어인 팀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좀 웃기는 말일 수 있지만, 
보컬 '김동경'씨의 패션 센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헤어스타일도 자주 바뀌고, 
특히나 한 공연에서 봤을 때 베이지 바지에 흰티 조합이 그렇게 멋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베이스인 '임태연'씨는 처음 보컬로 밴드를 할 때 같이 했던 베이스 친구와 너무 닮아서 신기했었다.
그 친구인가 계속 오해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다른 사람이긴 했지만.
그리고 이 앨범 상에서는 이름이 빠졌는데, 국내 하드코어씬 드러머의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류명훈'씨가 대단하다.
내가 15년 가까이 인디 씬을 엿보면서 라이브에서 홀린 드러머가 예전 'Vlack Plot'의 '최규철'씨였는데,
(재밌게도 'Vlack Plot' 데모에 '김동경'씨가 참여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가장 감명 깊에 봤던 드럼 플레이가 '류명훈'씨의 그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할로우 잰', '잠비나이' 등 여러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워낙 활동이 많아서 이 음반에서는 빠진 건지도 모르겠다.
(드럼 녹음은 '류명훈'씨가 했다고 적혀있긴 하다.)

암튼 음악으로나 공연으로나 이 팀이야말로 단순하게 외국의 것을 보고 요소를 따오는 게 아니라,
그냥 하드코어 그 자체인 느낌이다.
이 음반 걍 세계 어디에 둬도 팬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공연 보고 딱히 많이 찾아 듣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사이 내 귀가 더 넓어져서 그 간 보고도 몰랐던 좋은 음악을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진짜 빠와와 울분과 강직함이 느껴지는데, 단순하게 코드 몇 개로 후리는 음악이 아니다.
가만 들어보면 엄청 정교하고, 과거의 것 이상의 무엇을 위해 신선한 걸 고민하고 적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해외 유명한 팀들도 해가 지날 수록 딱히 발전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하드코어라는 게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척박한 이곳에서 이런 음반이 나온다는 건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다만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아예 접하지도 않고, 접할 수도 없는 환경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드코어라는 게 음악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방식이기에 정작 본인들에겐 큰 장벽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암튼 그 간 이 팀의 음반은 하나도 안 사다가 어느 날 예매 공지가 뜨고,
'If God Exists' 비디오를 보니까 안 지를 수 없어서 바로 예매해서 사인반으로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 곡은 정말 강추하는 바이다.
이 미친 듯한 리듬의 흐름 때문에 난 이 비디오를 그 자리에서 보고 또 봤다.

디자인은 블랙 앤 화이트로 깔끔하면서도 정체성이 느껴지는 일러스트가 들어갔다.
국내 음반 중에 가끔 저래 '오비'가 있는데 홍보 정보 넣기에 '오비'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아직 이전의 음반은 구입 안 했는데 기회가 될 때 하나씩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 당연히 지금도 수많은 훌륭한 하드코어 밴드가 있지만, 
일단 이 팀도 듣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예전에는 패기 넘치는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거의 주임원사급 짬밥이 되었다.
예전 '김동경'씨의 '페이스북'의 한 글을 보면,
15년 이상 씬에서 활동한 팀인데 어쨌든 상업활동을 했으니 정산이 있었어야 했는데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그런 내용의 글은 일방적인 입장만 보고 한 쪽을 까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상황만은 사실인 것 같고, 그 글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다.
공연장 안팎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브라더후드'가 고작 그런 거였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13스텝스'는 이를 극복하고 계속 꾸준히 강직하게 멋진 음악을 선보일 것이다.
바로 이 음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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